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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명|〈석회석 유령 Limestone Ghost〉    
작가|튜나리 TUNALEE
일정|2026. 5. 7(목) – 2026.5. 28(목)    
관람시간|12:00–18:00    
휴관|일, 월
장소|갤러리더씨 (Gallery the C) 

나의 작업은 재개발로 인해 완전히 철거된 고향, 부산 초량동 659번지 일대의 상실에서 출발한다. 고향의 소멸은 단순한 장소의 부재가 아니라, 그곳을 지탱하던 시간과 관계, 그리고 축적된 기억의 소멸을 의미한다. 그러나 모든 것이 사라진 자리에서, 나는 오히려 그동안 보이지 않던 ‘콘크리트’라는 물성을 마주하게 되었다.
이 작업은 그 파편에서 시작된다. 부서진 콘크리트 조각은 더 이상 건축물이 아니지만, 여전히 어떤 시간을 품고 있다. 나는 그것을 하나의 ‘유령’으로 이해한다. 형태는 사라졌지만, 물질 속에 잔존하는 시간과 흔적이 현재를 떠돌고 있기 때문이다.
2017년부터 이어온 “역사를 뒤로 접는 작업”의 연장선에서, 나는 이 유령의 기원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건축물대장과 지도를 따라 거슬러 올라간 탐색은, 콘크리트의 주재료인 ‘석회석’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그 순간, 개인의 사적인 기억은 인류 문명의 자원화 역사와 맞닿고, 다시 5억 년에 이르는 지질학적 시간, ‘딥 타임(Deep Time)’과 교차한다.
석회석은 고생대 캄브리아기의 바다에서 형성된 물질이다. 이 오래된 물질은 산업화 과정을 거쳐 시멘트가 되었고, 도시를 이루는 구조체가 되었으며, 결국 나의 삶과 기억을 지탱하는 기반이 되었다. 그리고 이제, 그 구조가 해체된 자리에서 다시 파편으로 남아 나에게 돌아온다. 이 순환의 과정 속에서 석회석은 단순한 재료를 넘어, 시간을 매개하는 존재로 드러난다.
나는 전국의 시멘트 공장과 석회석 광산을 찾아다니며 직접 재료를 채집하고, 이를 소성하여 시멘트를 만드는 과정을 수행한다. 또한 강원도 삼척, 영월, 정선의 지층 노두를 답사하며 물질의 기원을 신체적으로 경험한다. 이러한 과정은 과거를 재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물질에 내재된 시간의 층위를 현재의 감각으로 다시 구성하기 위한 실천이다.
전시는 이처럼 수집된 물질, 이미지, 기록, 그리고 개인의 기억이 결합된 하나의 장으로 구성된다. 사진은 시간을 붙잡고, 조각은 그것을 물질로 환원하며, 설치는 이들이 놓일 수 있는 관계를 형성한다. 특히 자가 소성한 시멘트 블록은, 사라진 장소의 흔적이자 물질화된 시간의 단위로 기능한다.
이때 전시 공간에 놓인 것들은 완전히 재현된 과거가 아니라, 현재에 호출된 ‘유령’들이다. 그것들은 분명 존재하지만 완전히 붙잡히지 않으며, 감각되지만 명확히 규정되지 않는다. 나는 이러한 유령적 상태를 통해, 개인의 미시적인 삶의 흔적이 어떻게 지구적 시간과 연결될 수 있는지를 드러내고자 한다.
《석회석 유령》은 사라진 장소를 복원하려는 시도가 아니다. 오히려 복원될 수 없는 것들, 그러나 여전히 남아 있는 것들을 추적하는 작업이다. 물질 속에 스며든 시간, 기억, 역사, 그리고 보이지 않는 힘들은 이 전시를 통해 다시 감각 가능한 형태로 나타난다.
결국 이 작업은 질문으로 남는다. 이미 사라진 것들은 어디에 머무는가. 그리고 우리는 그것들과 어떻게 다시 만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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